여름의 물치 해변

2015년 8월 26일. 한화 리조트에서 아침밥으로 우윳빛깔 황태국을 든든하게 먹고 어떤 해변을 찾아 나섰다. 원래는 고성 부근의 해변을 염두에 두고 더 북쪽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이따금 있는 버스 시간이 맞지 않자 왠지 귀찮아졌다. 인적이 드문, 바다 가까운, 그래 바로 여기야 하는 마음이 얼른 드는 해변을 찾고 있었다. 나는 뜨거운 여름 햇빛을 양산으로 간신히 가리며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물치 해변은 설악산으로 빠지는 해돋이 공원 아래에 있다. 해수욕철은 끝났고 관광객은 서넛. 높은 파도가 긴 방파제를 폭포처럼 타고 쏟아지는 광경을 나는 관광객다운 태도로 오래 바라보았다. 관광객은 등대를 보면 괜히 가보고 싶다. 그러나 햇빛이 너무 뜨거웠고 등대는 가까이 가서 봐도 등대일 뿐이니까 얼른 타협하고 말았다.



해변에 풀장이라니. 그러나 바람 때문에 파도가 높아서인지 바다는 애시당초 수영 같은 걸 할 수 있는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풀장 한쪽 구석에서는 호스에서 시원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물이 하늘을 향해 짧은 포물선을 그리며 콸콸 쏟아져 내렸다. 건장한 남자 둘이 당연한 장면처럼 뭔가를 날랐다.

해변은 파도에 휩쓸려 온 나뭇가지와 해초들로 어수선했다. 갈매기들만 신났다.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 볼까.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는 찰나적 순간이 언제나 온다.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꾸러미를 꺼냈다.

밀물에 쓸려 온 바다의 부스러기들은 여름 햇빛에 잘 말라 바삭바삭했고 덕분에 발이 빠지지 않았다.


201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