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라산 1

이번 크리스마스에 겨울 한라산 2를 할 거라서 겨울 한라산 1 정리. 밀린 숙제는 후딱이라도 해치우면 좋죠.

2014년 2월 20일에 관음사 방향으로 한라산을 올라갔어요. 스틱 없음. 아이젠 없음. 등산화 안 신었음. 가방에 먹을 것 없음. 아침 안 먹었음. 아마 전날 마신 술로 살짝 바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술을 안 마셨더라도 별 생각 없이 올라갔을 것 같기도 하고. 동행이나 저나 뭔가 하기로 하면 또 묵묵히 그냥 해나가는 타이프라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고.



늦은 2월이라 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눈이 수북해서 꽤나 신났었던 기억이. 눈꽃을 처음 봤는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더라구요. 종아리까지 아주 푹푹 빠지던 눈. 아침을 안 먹었기 때문에 배가 좀 고팠는데 열심히 올라가다 보면 중간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컵라면이라도 사 먹을 수 있을 줄 알고 그래도 성실하게 올라갔어요. 결국 정상까지 올라가도 먹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산객으로부터 얻어듣고 이번에는 열심히 내려가면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다시 즐겁게 하산. 그죠, 그런 생각 들죠. 너희들, 바보냐...

그러니까 겨울 한라산의 하늘은 이런 색이에요.


201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