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가을, 강릉으로 이사했다. 이사 한 번 할 때마다 적은 살림이어도 150만 원은 좋이 든다는 걸 알면서도 해버렸다. 전에 살던 집이 딱히 나빴던 건 아니다. 바로 앞에 숲이 있어서 전망이 좋았고, 고등학교 두 개를 끼고 있어서 싱그러운 기운이 출렁거려 씩씩하게 지낼 만했다. 세입자를 고객이라 부르며 볼 때마다 깍듯하게 인사하던 깡마른 집주인은 ㄱ은행 과장이었는데 더할 나위 없이 유능하고 바람직하여 천국의 집주인이어도 되었다.

다만 나 혼자 수없이 컵을 떨어뜨리고 머리가 아플 뿐이었다. 원래부터 손아귀에 힘이 없기도 했지만 아침마다 나는 아주 조금씩 더 손아귀 힘이 빠져갔다. 주먹조차 잘 쥐어지지 않았다. 그 가볍다는 맥북 에어를 나는 한 손으로 들지 못했다. 주먹을 쥐고 탁자를 힘차게 탕! 내리쳐도 농담처럼 펑- 하는 소리만 났다. 이렇게 손아귀 힘이 약해지다가 삶도 천천히 놓게 되는 건가 딱히 나약하지만은 않게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입버릇처럼 나는 머리가 아파, 중얼거렸다.

연고 없는 낯선 고장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힘들다. 힘들다. 물론 돈이 있으면 쉽고 아파트면 쉽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구하면 쉬운데, 나는 돈이 없고 아파트가 아니고 시간이 없으므로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씩씩해서 다행이라고 이제 와 생각한다. 과연 그 말이 맞는가. 달래줄 사람이 있을 때 아이는 운다고. 지방 중소도시에서 방 구하는 법 하나를 체득하고 어쩌면 3일째 나는 방을 구했다.



 

2016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