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lego_20161113

내가 초점을 잘못 맞췄다. 오른쪽 헤밍웨이 할아버지 아니고 왼쪽 푸에르토리코 콧수염 기타리스트가 주인공인데. 이사한 집에 필요한 것들을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레고 피규어 봉다리(랜덤)를 발견하고 열심히 손으로 감지감지하여 어렵사리 득템! 기념으로 (당분간 절대!!! 열지 않겠다고 테이프로 밀봉까지 해놓은) 레고 박스를 굳이 열고 다른 피규어들을 주섬주섬 몇 개만 꺼내 세팅. 마음 같아서는 벤치도 만들고 싶고, 아이스크림 트럭, 보드 타는 소년, 자전거 타는 돼지도 만들고 싶지만 나에게도 이성이라는 게 있지... 있을까... 있을 거야... 있을걸... 암튼 나는 있는 걸로 알자...




용케 키가 맞아서 퇴출 위기에 처했던 3단 책장 두 개가 살아남았다. 욕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전봇대의 어수선한 전깃줄이 보기 싫어서 집 부근에서 사 온 가짜 풀 두 꾸러미는 이딸라 띠마 녹색 머그(아름다운 가게에 보낼까 생각 중이었는데)에 꽂아 그 위에 안착. 초록색 조화 위에 누르스름한 액자는 이케아에서 일이천 원 정도를 주고 산 플라스틱 액자인데 역시 강력한 방출 후보였다가 문득 예전에 사둔 윤동주 시집 원고 복사본을 넣어 두면 딱이겠다 싶어서 넣어둔 '눈오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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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나는 드디어 소파를 샀다!




얼마나 오랫동안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오랫동안 수많은 소파를 찬찬히 살펴본 결과 나는 단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소파는, 비쌀수록 디자인과 질감이 심플하고 좋다는 (나에게는) 쓸모없는 진실.

그런데 이 소파 25만 원(마침 10% 할인 행사중이었어서). 가난한 내가 좋아하는 회사, 데코라인 제품(데코라인은 책장도 옷장도 대개의 제품이 그 가격에서 오늘날 가능하지 않을 만한 품질의 제품을 내놓는다. 1990년대만 해도 데코라인은, 말하자면 오늘날의 까사미아나 한샘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아우라와 품질, 디자인을 겸비했던 회사다.)

내가 소파를 고르는 조건은 사실 까다롭지 않다.
1. 패브릭 아닐 것
2. 50만 원 이하
3. 앉았을 때 깊이가 충분해야지
4. 팔걸이는 낮아야 해 (낮잠 자려면)
5. 쿠션이 푹푹 꺼지면 안 돼. 아무리 싼 거라도 적당히 단단한 쿠션감은 있어야 해!

그리고 나의 소파만큼 좋은 이곳,




강릉.




버스를 타고 30분쯤 나가면 이런 바다가 순식간에 내 앞에 있다.


20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