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은 한 번

선운산에 갈 때는 정읍, 고창, 흥덕 중 한 곳을 경유한다. 선운산 오른쪽 위로 흥덕, 정읍이 있고 오른쪽 아래로 고창이 있다. 고창이 선운산보다 아래에 있기 때문에 고창을 경유하면 살짝 돌아가는 셈이 된다. 정읍이 무난한데 아무래도 선운산이 고창군역이라(그렇겠지?) 하루에 버스가 4대뿐이다. 정읍이 마땅치 않다면 흥덕이 차선. 흥덕은 세 곳 중 선운산에서 가장 가깝고 차편도 좀 더 많다. 나올 때는 세 곳 중 아무 곳으로나 가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나는 들어갈 때는 흥덕을, 나올 때는 정읍을 경유하였다.



흥덕 터미널. 언제부터인가 급수탑만 보면 좋아한다. 급수탑 사진을 찍고 있는데 빨간 버스가  들어왔다. 내가 타고 갈 선운사행 10시 버스. 선운사까지는 20-30분쯤. 멀지 않다.



언제나 절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석탑과 절 옆을 지나는 오솔길이다. 그러나 선운사에는 멋진 석탑이 없고, 다만 호젓해서 걸을 만한 짧은 오솔길이 있을 뿐이다. 걷기 좋은 길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도솔암까지의 길은 보행로와 자동차 통행로 두 가지가 있는데 보행로는 그저 평범한 산길이고, 자동차 통행로는 자동차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걷는 비포장도로다. 노약자 휠체어와 유모차 등을 끌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다. 자동차를 출입 금지시키든지, 휠체어와 유모차를 출입 금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다.



선운사 옆을 흐르는 계곡의 물이 거무스름한 것은 탄닌 성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표지판이 곳곳에서 정성으로 해명한다. 그래서 자초지종은 알겠는데 물빛이 검으니 마음도 맥없이 어두워지는 건 저도 어쩔 수 없지요. 계룡산처럼 선운산도 물이 많은 산은 아닌가 보다. 최근 비가 드물었다고는 하나 계곡은 짧고 물은 얕다. 물처럼 검은 나무들이 자주 몸을 뒤틀고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9월이라고는 하나 아직 여름이라 더웠다. 애당초 등산할 생각이 아니었으므로 도솔암 직전 오르막길에서 회귀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모든 산악회 본부는 경상도에 있는 것일까. 산에 갈 때마다 반드시 어김없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산악회를 만난다. 아니면 경상도 사투리가 유독 크고 시끄러워서 반드시 어김없이 듣게 되는 것일까. 구부러진 길 끝에 파란 배낭을 맨 날씬한 언니가 걸어가고 있다. 예닐곱 명의 무리에 섞여 나를 지나쳐 갔던 기억이 나는데 돌아오는 길은 혼자다. 걸음걸이가 경쾌하고 가볍다. 홀가분한 마음. 모두 묻고 다시 살아가기로 먹은 마음처럼.


201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