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샌드위치

금요일이었나. 알라딘 매장에 노트 사러 나갔다가 겸사겸사 집에서 멀어 평소 자주 못 가는 이마트에 들렀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마트 중에서 이마트를 제일 좋아한다. 물건 구색이 마음에 든다는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양상추, 무, 방울토마토, 슈라이버 크림치즈, 그라나 파다노, 달걀, 본마망 딸기잼, 카스텔 베트라노 올리브, 오렌지 주스, 오뚜기 새우볶음밥, 대파, 생강, 베이컨, 상추 2묶음(적상추와 씁쓸한 맛 나는 상추), 삼겹살 훈제 구이, 그리고 채칼.

무 생채를 해먹으려고 채칼을 샀다. 10,500원이면 약간 망설여지는 가격이긴 한데 가는 채와 굵은 채 두 가지 두께가 가능하다잖아. 포장을 뜯어 세척을 하고 나니 채칼의 솜씨를 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무생채를 할 기분까지는 아니고. 그래! 냉장고에 마침 홀로 고독하게 늙어가는 당근 하나가 있지!

결과는 그냥 그랬다. 요즘은 채칼의 세계도 거품이 많구나. 딱히 10,500원짜리 솜씨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채썬 당근 한 움큼으로 뭘 하지? 뭘 할 수 있지? 비빔밥은 아직 그립지 않고, 라면에 넣기도 좀 그렇잖아 당근은. 차라리 오이였더라면 좋았을걸. 짜장라면에 같이 비벼 먹으면 좋은데. 그러니까 당근 샌드위치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일동 기립. 박수. 짝짝짝.




레시피: 사카타 아키코 <샌드위치 교과서>

식빵 4장(2인분) 분량이다. 당근은 2개 필요하다.

1. 당근을 채썰어서 소금 살짝 뿌려 조물조물한 다음, 조금 두었다가 물기를 짜낸다.
2. 볼에 <머스터드 1/2작은술 + 소금·후추 조금 + 와인비니거(레몬즙/식초) 2작은술> 넣고 섞다가 <올리브유 2큰술>을 넣고 다시 섞는다.
3. 물기 짜낸 당근을 2에 버무린다.
4. 식빵 안쪽 면에 각각 겨자 버터(머스터드:버터 = 1:4)를 바른 다음 3의 당근을 넣고 잘 눌러 두었다 자른다.

한 마디로 당근 샐러드를 만들어 빵에 넣어 먹는다는 말.

*
식빵 안쪽 면에 바르는 스프레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비율도 상관없고. 집에 머스터드 없으면 연겨자를 넣어도 되고, 버터가 없거나 좋아하지 않으면 머스터드+마요네즈 발라도 되고, 잼 발라도 되고, 한쪽은 마요네즈, 한쪽은 잼이나 머스터드 발라도 상관없다. 재료와 빵을 접착시키고 재료에 추가적인 맛을 내자고 바르는 거니까.



201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