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배추된장국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채소들을 모두 끄집어내어 배추된장국을 끓였다. 배추는 배추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려고 진작에 사온 것인데 집에 있는 요리책들을 다 뒤지고도 레시피를 못 찾아서 결국 저렇게 뻔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감자는 여름이 오기 전부터, 고추도 이 주는 좋이 되었다.

오랜만에 먹는 된장국이라 멸치 육수를 내고 싶었지만 마침 밥도 해야 해서 쌀뜨물로 끓였다. 된장국은 쌀뜨물로 끓여야 맛있다는 게 대한민국의 흔한 당근 아닌가. 쌀뜨물에 우러난 쌀의 전분(?)이 재료에 맛이 잘 붙도록 도와준다는 대충 그런 심산인 것 같은데. 정말? 하다 못해 배추, 양파는 도대체 뭘 한 건지. 된장국 맛낼 생각들은 안 하고 올여름 유난히 덥고 습하다며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던 걸까. 덕분에 애먼 된장만 잔뜩 풀어서 탁하기만 하고 참 맛없는 된장국이 되었다. 오랜만에 꺼낸 옹기 그릇만 괜히 뻘쭘.

그래도 된장국은 따뜻한 국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름을 보내며 충분한 위안이 되었다. 사람 없이 비어 있던 방에 보일러 돌리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여름이면 땀띠가 나도 선풍기조차 잘 틀지 않던 내가 올여름에는 27도로 에어컨을 계속 돌렸다. 낮에는 기온이 34도를 맴돌고 밤이면 습도가 90%까지 출렁거렸다. 매년 조금씩 달라지던 기후가 동남아풍으로 마침내 가닥을 잡고 결심이 선 듯했다. 이제 장마는 없겠다.



201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