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소실


Swayambhunath, Nepal / Pentti Sammallahti


개들은 가끔 코를 들어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그시 눈을 감고 졸린 듯. 나른한 표정으로. 때로는 가볍게 한숨을 내뱉으며. 그순간은 짧고 잠깐 고요하다. 세계의 일시정지.


Vuokkiniemi, Karelia, Russia, 1991 / Pentti Sammallahti


내가 아는 개들이 고양이가 이제 모두 이곳을 떠났다. 마태우스의 벤지가. 줄모의 조아가가. 치니의 두리가. 스노우캣의 나옹이. 개들이 고양이가 떠나고 오롯이 사람만 남았다. 잘 씻기지 않아서 나던 비릿한 몸 냄새는 천둥이 치면 두려움에 유독 진해지곤 했는데 그 냄새가 잘 기억나지 않는 순간이 온다. 안고 있으면 무거워서 팔이 저렸는데. 앞발을 쥐고 있으면 따뜻한 감촉에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어떻게 해도 되지 않는다. 절대 되지 않는다. 시간을 돌리려고 나는 애써 보았다. 그러나 되지 않았다. 10년을 노력했는데 되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천천히 감각의 기억만 지워져 갔다.


Porz Goret / Yann Tiersen
2017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