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가을

올가을이 의젓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의외로 잘 모를 것이다. 오랫동안 가을을 관찰해 온 나로서는 올 가을이 약간은 내 타이프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도 있다.

어느 가을은 매섭고 모질고 사납다. 2013년 가을인가가 그랬다. (정말?) 우유부단한 가을이 의외로 많고, 확신에 찬 가을은 의외로 드물다. 가을은 대체로 무능하거나 산만하거나 어리숙하다. 가을의 직무에 대해 나는 자주 쓸데없이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아무래도 한직이어서'가 아닐까. 보수가 약한 건지 임기가 불안정한 건지 가을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는 허다한 가을들을 보면서 나는 매년 실망에 볼이 메어도 쳇, 하고 넘길 줄 아는 착한 사람은 물론 되지 못했다. (으쓱)

두 번의 분명한 가을비가 내렸다. 하늘 색이 유난히 아름다웠고 어쩔 수 없이 미세먼지가 낀 날은 분명하게 며칠로 짧았다 (아직까지는).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여 누구에게 물어도 '가을'이라는 대답을 이내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데없이 모진 바람이 깡통을 몇 개씩이나 차고 다니지 않았다.

20160927




Paris, 1989 / Elliott Erwi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