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

France, 1993 / Elliott Erwitt


저녁 산책은 일몰 시간에 맞춰 집에 도착하도록 나서는 게 좋다. 해가 지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산책을 나설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이 되어버리니까. 중간에 세차하는 남자를 멀리서 발견하고 길을 우회했으며, 몸을 좌우로 심하게 기우뚱거리며 걷는 아주머니와 마주쳐 잠시 주춤대다가 눈길을 돌렸으며, 어느 집에서는 어린아이가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울었다. 공기가 맑은 날 저녁이라 먼 산의 나무며 묘지들이 자세하게 잘 보였다.

엄마가 엉망으로 잘라주었지만 어느 해보다 훌륭하게 부쳐낸 새송이버섯전이 떠올랐고, 동생의 이혼한 아내 생각이 났다. 동생과 사이에 어린 아들 둘이 있었는데 그녀가 만난 남자는 어린 아들 하나가 있었으니 그 두 사람은 이제 어린 아들 셋이 되었겠구나. 이혼을 요구하면서 그녀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문장 속에는 중요한 부사어 하나가 생략되어 있었다. '다른 남자와'.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멋진 것. 이혼 후 동생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마냥 표정과 행동을 항상 어둡게 하고 다녔다. 터무니없이 화를 냈고 아무 때나 울화통을 터뜨렸으며 어떤 못된 말과 행동을 해도 당연히 이해받고 위로받아야 한다는 듯이 한 마디로 정떨어지게 굴었다. 그래도 얼굴빛은 결혼 생활 통틀어 가장 밝고 환해져갔다. 이혼을 해서 동생이 행복한 건지 불행한 건지 하긴 내가 알 수는 없겠다. 그러고 보니 그것이 작년 이맘때다. 느닷없이 떠오른 생각이 아니었다.


201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