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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상에는 어떤 시
네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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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큐브」 같은 건데 눈을 뜨니까 목포야. 장르로 치면 「소우」가 더 비슷하겠네. 하여튼 딱 눈을 떴는데 목포인 거야. 내가 집이 부산인데 목포 갈 일이 진짜 없겠지. 근데 목포야. 자. 이제 여기서 평생을 살아야 돼. 나는 회도 안 먹고 비린 것도 싫어해. 목포에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연히 없어. 근데 계속 목포에서 살아야 돼. 그래서 내가 가끔 슬픈 거야. 목포를 떠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왔을 때처럼 딱 눈을 감고 영원히 안 뜨는 거야. 근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 올드 랭 사인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서. 자. 이제 촛불 끄자. 울지 마.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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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대디. 메리 크리스마스. 그래. 나는 미친년이다. 1년 365일 나는 매일 매일 크리스마스. 아니. 12월의 그날은 아냐. 멍청하게 그날 맥주나 꽃다발을 사들고 온 남자들은 모두 머리에 구멍을 내 묻어버렸지. 눈 덮인 거리는 보고 싶지 않아. 그날은 두꺼운 커튼을 치고 하루종일 섹스를 해줘. 벚꽃이 꿈처럼 날리는 봄이면 내게 말해줘. 메리 크리스마스. 태풍이 검은 하늘을 찢으며 거리의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 날려버릴 때면 내게 말해줘. 메리 크리스마스. 죽은 엄마를 뿌리고 온 물치항을 지날 때면 내게 말해줘. 메리 크리스마스. 어느날 욕조에서 빨간 핏물에 잠긴 나를 발견하면 다정하게 내 이마에 키스하며 속삭여줘. 메리 크리스마스 제니. 마이 리틀 프린세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귀여운 아기.
 


 
지난 일들이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날아라 태극호」에 나왔던 딱정벌레 프라모델은 지금도 기억 난다. 한쪽 다리를 절었던 옆집 친구의 얼굴. 집 근처에 있었던 법원 건물의 기이한 적요감. 손가락으로 벽을 찍으며 기어 오르던 「바벨 2세」의 무서운 인조인간. 전학. 그 이전의 기억들은 누군가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렸고 그 이후의 날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록 선장은 지금도 저 광활한 우주를 혼자 외롭게 떠돌고 있을까. 기쁨도 없이 슬픔도 없이. 국민연금 고지서는 이메일로 받고 있겠지. 날아라 썬더버드호.
 


 
자이브 버니면 그 미친 토끼 아닙니까. 앨리스도 그 토끼를 따라갔지요. 이상한 나라에서 돌아온 앨리스는 그 후 다시는 미친 토끼를 만나지 못했답니다. 미친 토끼가 없는 세상에서 앨리스는 홀로 천천히 미쳐가기 시작했지요.
 
너 미친 토끼 아니니. 아니거든. 너도 앨리스 아니잖아. 내가 언제 앨리스라고 했니. 나도 미친 토끼라고 한 적 없거든. 카톡하고 있는 토끼는 첨 본다 얘. 미친 년. 이러다 또 늦겠네. 오빠 달려!
 


 
웬 리뷰. 오빠ㅡ 여기 카프리 네 병 추가요. 띠리리리ㅡ 엄마, 나 오늘 친구가 지나가던 코끼리 한테 밟혀서 지금 병원이거든. 웅. 저번에 우리 집에 왔던 나나 말이야. 죽진 않았고 그냥 쇼크 좀 먹었나 봐. 어, 그래,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잘 할게. 잘 자 엄마. 사랑해. 딸깍. 아싸ㅡ
 


 
한때는 역전 다방에서 자주 들었는데 지금은 레어템의 반열에 올랐군요. 그때 생각하면 참 눈물이. 팽ㅡ 미자는 잘 있는지.
 
선곡 과정에서 남인수의 친일 경력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되네 안 되네 올리네 마네 니가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하다가 또다시 오함마와 무쇠 후라이팬이 날기도 했습니다만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짬뽕이 배달되어 오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다고 합니다. 검열위의 불가해한 음악적 역량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우희(虞姬)야. 나를 베고 네가 가거라.
 


 
<우아한 세계>라는 영화가 있다. 끝 장면에 보면 송강호가 엑스캔버스 앞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양은 냄비에 라면을 먹는 신이 나오지. 그런데 이 남자, 라면 잘 먹다가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더니 울컥하면서 먹고 있던 라면 냄비를 확 걷어차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울기 시작해. 다 큰 중년 남자가 엎어진 라면 냄비 앞에서 무릎을 감싸안고는 하염없이 우는 거야. 우아한 세계의 끝이지. 그러니까 얘들아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같은 건 없어.